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중국 내 한국인 사회, 변화의 바람 : 급감 현황, 그리고 미래 전망

by J&P 2025. 4. 11.
반응형

한때 활발했던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사회가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베이징 왕징, 상하이 훙췐루, 칭다오 청양 등 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던 지역의 풍경도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숫자의 감소를 넘어 한중 관계와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사회의 미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재외동포청(구 외교부)의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 10여 년간 중국 내 한국 국적자(재외국민) 수 변화 추세를 살펴보고, 코로나19 팬데믹, 경제 환경 변화, 정치·외교적 요인, 사회·교육적 문제 등 복합적인 감소 원인을 알아보겠습니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주요 도시의 한국 국적자 사회에 미친 영향을 구체적으로 조명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최근 동향과 향후 전망까지 짚어보겠습니다.

 

1.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얼마나 줄었나?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수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대한민국 재외동포청(구 외교부)에서 격년으로 발표하는 '재외동포현황' 통계 중 '재외국민' 수치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재외국민은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외국에 장기 체류하거나 영주권을 취득한 사람(유학생, 주재원, 영주권자, 일반체류자 등)을 의미합니다. 이 통계는 추산치이므로 실제 거주 인원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급격한 감소 추세

최근 발표된 '2023 재외동포현황'(2022년 말 기준)에 따르면, 중국 내 한국 국적자(재외국민) 수는 197,574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이는 2년 전인 2021년(2020년 말 기준)의 256,875명에 비해 약 6만 명(59,301명) 가까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감소율로는 무려 23%가 넘는 큰 폭의 감소입니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되지만, 그 이전부터 시작된 구조적인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됩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2019년(2018년 말 기준) 상하이의 장기 체류 재외국민 수는 약 3만 2천 명이었으나, 2023년(2022년 말 기준)에는 1만 3천 8백 명으로 절반 이상 급감했습니다. 같은 기간 상하이의 한국인 유학생 수도 6,900명이나 줄었습니다.  

 

중국 내 한국 국적자(재외국민) 수 변화 추이 (2019-2023)

연도 (기준 시점) 재외국민 수 (명) 2년 전 대비 증감 (명) 2년 전 대비 증감률 (%)
2019 (2018년 말) 307,932 - -
2021 (2020년 말) 256,875 -51,057 -16.6%
2023 (2022년 말) 197,574 -59,301 -23.1%

 

2. 왜 중국을 떠나는 발걸음이 늘었을까?: 복합적 원인 분석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데에는 어느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변수와 더불어 경제, 정치·외교, 사회·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구조적인 변화가 맞물려 나타난 결과입니다.

 

1) 팬데믹의 긴 그림자, 코로나19

코로나19 팬데믹, 특히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제로 코로나' 정책은 많은 한국 국적자들이 중국을 떠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 엄격한 방역 정책과 생활 불편: 도시 전체 또는 일부 구역을 예고 없이 봉쇄하는 조치가 빈번하게 시행되었고, 이는 일상생활의 마비로 이어졌습니다. 상하이 봉쇄 당시에는 식료품 구매조차 어려움을 겪었으며, 잦은 PCR 검사와 건강 코드 확인, 자유로운 이동 제한 등은 극심한 피로감과 불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중국 생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습니다.  
     
  • 경제 활동의 위축: 봉쇄 조치는 생산 활동과 물류 이동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했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 일수에 차질을 빚었으며, 이는 원자재 조달의 어려움과 생산 비용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식당, 상점 등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과 소비 심리 위축으로 직접적인 매출 타격을 입었습니다. 특히 상하이 봉쇄 당시 한인 상권의 어려움은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귀국 결정의 촉매제: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한국과 중국 간의 왕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가족과의 생이별이 장기화되고, 사업이나 학업의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한국으로의 귀국을 선택하는 이들이 급증했습니다. 팬데믹은 단순히 일시적인 불편을 넘어 중국에서의 삶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 제로 코로나 이후의 혼란: 2022년 말, 갑작스러운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에는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의료 시스템 마비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었습니다. 해열제 등 필수 의약품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감염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생활 환경을 중시하는 이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 내 한국 국적자 감소의 중요한 변곡점이었습니다. 단순히 일시적인 불편함을 넘어 많은 이들에게 중국 생활의 위험과 불확실성을 각인시키고 기존에 존재하던 이주 고민을 가속화하는 결정적인 '푸시 팩터(Push Factor)'로 작용했습니다.

 

2) 달라진 경제 환경

과거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의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한국 국적자들에게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매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 비용 부담의 증가: 중국의 경제 성장과 함께 인건비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칭다오의 경우,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인건비가 20배 가까이 뛰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 및 임대료 급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은 기업 운영 비용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비 부담까지 크게 늘렸습니다. 이는 특히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던 노동집약적 제조업체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 사업 환경의 변화: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과거 외국인 투자 기업에 제공했던 세금 감면 등 각종 우대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추세입니다. 환경 규제 강화 역시 기업 운영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또한, 중국 로컬 브랜드의 기술력 향상과 공격적인 마케팅, '궈차오(国潮)'로 대표되는 애국 소비 트렌드 확산 등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 제품이 누렸던 프리미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 성장 둔화와 기회 감소: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기를 지나 중속 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성장률이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 심리 위축과 새로운 사업 기회 감소로 이어져 중국 시장 진출의 매력도를 상대적으로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 대안의 부상: 이러한 중국 내 어려움과 맞물려 한국 국내 시장의 기회나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 등 제3국에서의 새로운 사업 및 취업 기회가 부각되면서 중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기업이나 개인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을 저렴한 생산기지로 활용하던 기업들의 동남아 이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국 중국은 여전히 거대한 시장이지만, 과거와 같이 값싼 노동력과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쉽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환경은 더 이상 아닙니다. 상승한 비용, 치열해진 경쟁, 변화된 정책 환경, 둔화된 성장세 속에서 중국 진출 및 체류에 대한 비용-편익 분석이 과거와 달라진 것이 한국 국적자 감소의 중요한 경제적 배경입니다.  

 

 

3) 식어가는 관계? 정치·외교적 기류 변화

양국 간 정치·외교적 관계의 변화 역시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사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 사드 사태와 한한령의 장기화: 2016년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은 한중 관계의 큰 변곡점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限韓令)'을 시행했습니다. 이는 K팝, 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의 중국 내 유통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 한국 제품 불매 운동 유도, 한국 기업에 대한 비공식적 규제 강화 등 경제적 압박으로 이어졌습니다. 베이징 왕징과 같은 코리아타운의 상권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고, 한인 사회 전반에 위축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가 언제든 자국민의 생활과 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심어주었습니다.  
     
  • 양국 관계의 부침과 국민 정서: 미중 전략 경쟁 심화라는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한중 관계가 과거보다 다소 소원해진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긴장감은 양국 국민들의 상호 인식에도 영향을 미쳐, 일부 중국 내 반한 감정 표출이나 한국 내 반중 정서 심화 등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는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 국적자들이 현지에서 느끼는 심리적 부담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 규제 강화와 예측 불확실성: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안정을 중시하면서 외국인 및 외국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경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입니다. 비록 최근 관계 개선 및 교류 활성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과거 사드 사태처럼 예기치 못한 정치·외교적 변수로 인해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다는 잠재적 불안감은 중국에서의 장기적인 미래 설계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정치·외교적 요인은 경제나 팬데믹처럼 직접적인 이주 결정의 주된 이유가 아닐 수 있지만, 중국 내 생활과 사업 환경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장기적인 안정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간접적이지만 중요한 '푸시 팩터'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삶의 질과 미래 설계: 사회·교육적 고민

단순한 경제적 기회를 넘어, 삶의 질과 자녀의 미래 등 사회·교육적인 측면에서의 고민 역시 한국 국적자들의 '탈중국' 현상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자녀 교육 환경의 변화: 자녀 교육은 많은 해외 거주 한국 국적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 중 하나입니다. 과거 중국 조기 유학 붐이 일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여러 어려움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제학교나 한국학교의 높은 학비 부담, 중국 로컬 학교 편입의 어려움 및 교육 방식 차이, 한국 대학 입시 준비의 복잡성 등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한국 국적자 인구 감소는 한국학교의 학생 수 급감으로 이어져 학교 운영난과 교육의 질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이는 자녀 교육을 위해 중국 체류를 결정했던 부모들에게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 생활 환경 및 편의성: 중국 대도시의 인프라는 크게 발전했지만, 외국인으로서 겪는 언어 장벽, 문화적 차이, 행정 처리의 불편함 등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경험했던 극단적인 통제와 제약은 중국 생활의 편리성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을 수 있습니다. 또한, 미묘하지만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차별이나 현지 사회에 완전히 융화되기 어려운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 등은 심리적인 불편함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 한국 복귀 선호 증가: 중국에서의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발전된 생활 인프라, 의료 및 복지 시스템, 가족과의 유대감 등이 부각되면서 한국으로의 복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젊은 유학생층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중국이 싫어서 떠난다기보다 한국에서의 삶이 더 안정적이고 매력적이라는 '풀 팩터(Pull Factor)'가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 커뮤니티 약화: 한국 국적자 인구 감소는 자연스럽게 한인 커뮤니티의 규모와 활력 저하로 이어집니다. 이는 정보 교환, 정서적 지지, 상호 부조 등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긍정적인 기능의 약화를 의미하며, 새로 정착하거나 기존에 거주하던 한국 국적자들의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의 약화는 다시 한국 국적자 인구 유출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중국 내 한국 국적자 감소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자녀의 미래, 개인의 삶의 질, 사회문화적 적응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입니다. 중국에서의 어려움이라는 '푸시 팩터'와 한국에서의 안정성과 기회라는 '풀 팩터'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특히 가족 단위 거주자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국 복귀를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3. 코리아타운은 지금: 베이징·상하이·칭다오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인구 감소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주요 도시의 코리아타운 풍경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한때 한국 국적자들의 생활 중심지이자 활기 넘치는 상업 공간이었던 이들 지역은 현재 위축과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베이징 왕징

 

1) 베이징 왕징(望京): 상징적 코리아타운의 쇠퇴

  • 과거의 번영: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 비용과 편리한 교통(공항 및 한국 기업 밀집 지역과의 접근성)을 찾아 한국 주재원과 가족들이 모여들면서 왕징은 베이징 최대의 코리아타운으로 부상했습니다. 한국 식당, 마트, 병원, 학원 등이 즐비하여 한국어로만 생활해도 큰 불편이 없을 정도였고, 잘 갖춰진 편의시설 덕분에 중국인들도 즐겨 찾는 명소였습니다. 한때 한국 국적자가 20만 명 정도로 많이 거주를 하였습니다.
     
  • 쇠퇴의 시작과 가속: 왕징의 쇠퇴는 2016년 사드 사태를 기점으로 본격화되었습니다. 중국 내 반한 감정이 고조되면서 왕징을 찾는 중국인 고객이 급감했고, 한국 국적자들이 운영하는 상권은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한국성(韩国城)'과 같은 상징적인 건물의 간판에서 '한국' 관련 문구가 삭제 되거나 변경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미식성(美食城)'으로 변경됨) 여기에 더해 2010년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한 임대료 부담으로 인해 많은 한국 국적자들이 생활비가 더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이주하는 '탈(脫) 왕징'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코로나19 팬데믹은 결정타를 가했습니다. 국경 봉쇄와 이동 제한, 경기 침체는 남아있던 한국 국적자들의 이탈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 현재 모습: 현재 왕징의 한국 국적자 상권은 수년째 깊은 침체를 겪고 있습니다. 과거 한국 식당이 즐비했던 거리는 이제 몇몇 곳만 남고 대부분 문을 닫거나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한때 젊은이들로 붐볐던 'K-패션 지하상가'는 완전히 폐쇄되었습니다. 왕징은 이제 한국 국적자보다 중국인이 더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변모했으며, 북경한국국제학교의 학생 수도 과거 1천 명 이상에서 절반 수준인 5백 명대로 급감했습니다. 베이징 전체 재외국민 수도 2023년 기준 약 3만 4천 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입니다. 최근 추산 왕징 거주 한국 국적자 수는 약 2만 명 정도로, 이는 과거 전성기에 비하면 매우 크게 줄어든 수치입니다. 왕징의 변화는 정치적 갈등, 경제적 압박, 그리고 팬데믹이라는 복합적인 요인이 어떻게 한국 국적자 밀집 지역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입니다.  

 

 

2) 상하이 훙췐루/민항(虹泉路/闵行): 활력 잃은 '리틀 코리아'

상하이 홍췐루
  • 형성과 특징: 상하이의 코리아타운은 훙차오 국제공항과 가까운 민항구 훙췐루 일대를 중심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이곳 역시 한국 식당, 마트, 은행, 상점 등이 밀집하여 '한국의 축소판' 또는 '리틀 코리아'로 불리며 많은 한국 국적자들의 생활 거점이었습니다.  
     
  • 위축 요인: 상하이 한인 사회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시행된 장기간의 도시 봉쇄로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봉쇄 해제 이후에도 경제 활동 정상화가 더디게 진행되었고, 누적된 임대료 부담과 매출 손실은 많은 한국 국적 자영업자들에게 큰 압박이 되었습니다. 팬데믹 이전인 2017년, 상하이의 대표적인 한인 마트였던 '1004마트'가 부도 처리된 사건은 이미 한인 상권의 잠재적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4천만 위안(약 66억 원) 규모의 채권 피해를 발생시키고 K-food 유통망에 혼란을 야기하며 한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 현재 상황: 상하이의 한국 국적자 인구 감소는 특히 장기 체류자를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3년 발표된 통계(2022년 말 기준)에 따르면, 상하이 전체 재외국민 수는 28,400명으로 집계되었으나, 이 중 6개월 이상 장기 체류자는 13,800명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불과 4년 전인 2019년(2018년 말 기준)과 비교했을 때 장기 체류자가 약 18,000명이나 감소한 수치입니다. 유학생 수 역시 4년 새 6,900명이나 줄었습니다. 상하이뿐 아니라 장쑤성, 저장성 등을 포함한 화동지역 전체의 재외국민 수도 과거 10만 명을 넘었던 것에서 현재 4만 6천여 명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같은 시기 베트남 호치민의 재외국민 수가 상하이의 3배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동남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한국 국적자들의 이동이 분산되고 있음을 시사하며, 상하이 코리아타운의 상대적인 위축을 보여줍니다.  
     

 

3) 칭다오 청양구(城阳区): 제조업 중심지에서 변화의 기로로

  • 초기 성장 배경: 산둥성 칭다오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중국 도시 중 하나로 1992년 한중수교 직후부터 많은 한국 기업들이 진출한 대표적인 지역입니다. 특히 섬유, 봉제, 신발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체들이 값싼 인건비와 투자 혜택을 찾아 대거 이전하면서 칭다오, 특히 공항 인근의 청양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한국 국적자 사회가 형성되었습니다. 전성기에는 칭다오 거주 한국 국적자가 10만 명을 넘기도 했습니다.  
     
  • 선제적 쇠퇴: 칭다오 한국 국적자 사회의 위축은 베이징이나 상하이보다 먼저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외자기업 우대 축소, 환경 규제 강화 등)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제조업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폐업하거나 베트남 등 다른 국가로 공장을 이전했습니다. 일부 기업들의 야반도주 사례는 현지에서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칭다오의 한국 국적자 인구는 2015년경 이미 약 5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 현재와 미래: 이후 사드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은 칭다오 한국 국적자 사회에 추가적인 어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2021년에는 기존 류팅 공항이 폐쇄되고, 시 외곽에 자오둥 신공항이 개항하면서 청양구 코리아타운의 지리적 이점도 일부 희석되었습니다. 2023년 통계(2022년 말 기준)에 따르면 칭다오 총영사관 관할(산둥성=칭다오, 옌타이, 웨이하이, 기타) 재외국민 수는 약 4만 1천 명으로 집계되었지만, 실제 거주 인원은 이보다 더 적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한국 국적자 인구 감소는 칭다오 한국국제학교의 학생 수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체적인 최근 통계는 부족하나 전반적인 감소 추세 언급). 청양구 코리아타운 역시 과거의 활기를 상당 부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칭다오의 사례는 제조업 중심의 초기 진출 모델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다른 도시들보다 먼저 인구 감소와 사회 변화를 겪었음을 보여줍니다.  
     

 

4. 제로 코로나 이후, 반등의 조짐은?

 

2022년 말, 중국이 3년간 유지해 온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지하면서,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사회에도 변화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외국인 투자 유치 및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교류 활성화 움직임과 한한령 완화 기대감

중국의 개방 노력: 중국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외국과의 교류 문턱을 낮추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 및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단기 방문 비자 면제 정책을 시행하거나 확대했으며, 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치도 취했습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실제 외국인 입국자 수 증가로 이어져 2024년 1분기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수가 크게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인에 대해서도 2025년 말까지 한시적인 15일 무비자 입국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한령 해제 가능성?

이와 맞물려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지속되어 온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완화되거나 해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몇 가지 긍정적인 신호들이 포착되었습니다.

 

  • 콘텐츠 유통 재개: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영화 '미키 17'(비록 할리우드 자본이지만 한국 감독 작품)이 중국에서 개봉되었고, 일부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중국 OTT 플랫폼을 통해 정식 서비스되기 시작했습니다.  
     
  • K팝 행사 증가: 중국 본토에서 한국 가수의 단독 공연(검정치마)이 8년 만에 열렸고, 하이난에서 열리는 '워터밤' 페스티벌에 다수의 K팝 가수가 초청되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그룹 NCT WISH는 상하이에서 현지 언론 대상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 외교적 노력: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간 문화 교류 복원에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경색되었던 문화 교류가 회복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반등 가능성, 아직은 신중론 우세

이러한 긍정적인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 한국 국적자 '거주자' 수가 뚜렷하게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전망이 우세합니다.

 

  • 단기 방문 vs. 장기 거주: 현재 나타나는 교류 증가는 주로 관광객 등 단기 방문객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비자 면제 혜택 역시 단기 체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장기간 중국에 거주하며 생활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유학생, 주재원, 자영업자 등의 수가 다시 증가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가장 최근 발표된 2023년 재외동포 통계(2022년 말 기준)는 여전히 큰 폭의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상하이의 경우 장기 체류자 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2024년 이후의 구체적인 재외국민 통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아 제로 코로나 폐지 이후의 정확한 추세를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 구조적 감소 요인의 지속: 앞서 분석했듯이 한국 국적자 감소는 단순히 팬데믹 때문만이 아닙니다. 높아진 사업·생활 비용, 치열해진 경쟁 환경, 자녀 교육 문제, 한국 복귀 선호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존재합니다. 중국 경제 자체의 불확실성 또한 새로운 진출이나 장기 체류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입니다.  
     
  • 변화된 중국 환경: 한한령이 완화된다 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한류 특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자체 콘텐츠 산업이 크게 성장했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국 문화와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과 선호도가 높아지는 '궈차오(国潮)' 현상 이 뚜렷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한국 콘텐츠나 제품이 중국 시장에서 과거와 같은 압도적인 인기를 누리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합니다.  
     
  • 한한령 해제의 불확실성: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긍정적인 움직임에 대해 기대감을 가지면서도 아직 본격적인 한한령 해제로 보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입니다. '미키 17'은 할리우드 영화이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K팝 가수들도 대부분 해외 국적자라는 점, 그리고 아이돌 그룹의 대규모 단독 콘서트 허가와 같은 상징적인 조치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이 그 이유입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한령을 인정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해제 역시 명확한 발표 없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적으로, 제로 코로나 폐지 이후 단기적인 인적 교류나 문화 콘텐츠 교류는 일부 회복될 가능성이 있지만, 이것이 곧바로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장기 거주자 수의 의미 있는 반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 중국 진출의 주요 동력이었던 경제적 요인들이 약화되고,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와 한국 복귀 선호라는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같은 대규모 한국 국적자 사회로 회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5. 변화의 파고 속,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한국 국적자 사회

 

지난 10여 년간,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수는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며 큰 변화를 맞았습니다. 2019년 약 30만 명에 달했던 중국 내 한국 국적자 수는 2023년 약 20만 명 아래로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감소는 단순히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일시적 충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에 따른 인건비 및 물가 상승, 경쟁 심화, 사드 사태 이후 지속된 정치·외교적 갈등의 여파, 자녀 교육 문제와 삶의 질에 대한 인식 변화 등 경제, 정치, 사회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베이징 왕징, 상하이 훙췐루, 칭다오 청양구 등 대표적인 한국 국적자 거주 지역의 모습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한때 한국 국적자들의 활기찬 생활 터전이었던 이들 지역은 상권 위축, 한국 국적자 운영 상점 및 식당 폐업, 한국학교 학생 수 급감 등 눈에 띄는 쇠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코리아타운의 기능과 성격 역시 변화하고 있으며, 과거와 같은 한국 국적자 밀집 거주지의 모습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폐지 이후,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재개되고 한한령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기 방문객이나 관광객 유입은 다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대규모 한국 국적자 사회로의 회귀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변화된 중국 내 경제·사회 환경과 국제 정세 속에서 중국에 남아 있거나 새로 진출하는 한국 국적자들은 과거와는 다른 생존 전략과 현지 적응 방식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