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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세 협상, 안갯속 전망 : 현 상황과 가능성은?

by J&P 202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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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관세전쟁

2025년 들어 미국과 중국 간의 경제 갈등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시작된 이른바 '관세 전쟁'은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기술 패권, 안보 문제까지 얽힌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제 전체에 불확실성의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 격렬한 대립 속에서 과연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 갈등을 완화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 현재 상황: 145% 관세 장벽과 엇갈리는 신호들

2025년 초, 미중 간 관세 공방은 숨 가쁘게 전개되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4월 초 중국산 제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했고, 기존의 펜타닐 및 불법 이민 문제 관련 20% 관세를 더해 실질적으로 54%의 관세를 적용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즉각 미국산 수입품 전체에 34%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섰습니다. 미국의 대응은 더욱 강경했습니다. 중국의 보복에 맞서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14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일부에서는 125% 또는 특정 품목에 대해 최대 245%까지 언급되기도 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145%가 현 상황을 상징하는 수치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조치에 발맞춰 보복 관세율을 84% 또는 125% 등으로 상향 조정하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극한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미국 측에서는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145% 관세가 "매우 높다"고 인정하며, 중국과의 협상이 이루어진다면 관세율이 "상당히"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다만, 협상이 잘 되더라도 관세율이 제로(0)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어떤 형태로든 무역 장벽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역시 현재의 고율 관세 상황을 "상호 금수 조치"에 비유하며 "지속 불가능하다"고 평가하고, 협상을 통한 갈등 완화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악관 대변인도 "거래를 위한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협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발언들은 금융 시장에 일시적인 낙관론을 불어넣기도 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강력한 보복 조치와 함께 협상을 위한 조건을 내걸고 있습니다. 미국산 제품에 대한 맞불 관세 외에도 희토류 등 전략 물자 수출 통제, 미국 기업 블랙리스트 등재,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다각적인 압박 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를 "전형적인 일방주의"이자 "협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협상을 위해서는 "평등한 대화"와 "상호 존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비방을 자제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위임받은 협상 책임자를 임명하며, 제재나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우려 사안을 해소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조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시에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 활성화, 미국 외 다른 국가로의 무역 다변화, 주변국 및 EU 등과의 외교 관계 강화, 미국 달러 및 국채 의존도 축소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처럼 양측이 보내는 신호는 표면적으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이는 협상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강압적 외교(coercive diplomacy)'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고율 관세와 추가 조치 가능성을 지렛대로 삼아 중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 하고, 중국은 강력한 보복과 협상 조건을 통해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자국에 유리한 협상 환경을 만들려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학 관계는 실제 협상으로 이어지는 길을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며, 언제든 상황이 급변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따라서 최근의 유화적 발언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더 큰 전략적 틀 안에서의 전술적 움직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 미중 주요 무역 조치 및 발언

시점 미국조치/발언 중국조치/발언
2025년
2월 초
중국산 전체 상품에 10% 추가 관세 부과
(행정명령 14195)
미국산 일부 품목(석탄, LNG, 원유 등)에
보복 관세 부과, 희토류 등 수출 통제, 미국 기업 제재
2025년
3월 초
기존 대중 관세율 10% → 20%로 인상 추가 보복 조치 (농산물 등)
2025년
4월 2일
'해방의 날' 선언, 중국에 34% 상호관세 부과 (기존 20% 더해 54%) -
2025년
4월 4일
-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34% 보복 관세 발표 (10일 발효)
2025년
4월 8일
중국에 50% 추가 관세 부과 (총 104%) -
2025년
4월 9일
- 미국산 수입품에 50% 추가 관세 발표 (총 84%),
미국 기업 추가 블랙리스트 등재
2025년
4월 9일/10일
중국 관세 125%로 인상 발표 대미 관세 125%로 인상 맞대응
2025년
4월 22일/23일
트럼프 대통령/베선트 재무장관:
145% 관세 "매우 높다", 협상 시 "상당히" 인하 가능
(0%는 아님), 현 상태 "지속 불가능" 발언
중국 외교부/상무부: "평등과 상호 존중" 기반
대화 촉구, 협상 조건 내부 검토 보도

 

 

2. 협상 가능성: 기대 요인과 넘어야 할 산

양국 간 협상 가능성을 점치는 데에는 몇 가지 기대 요인이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양국 경제가 직면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에서는 고율 관세가 자국 기업과 소비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 경기 침체 가능성, 악화되는 소비 심리 등이 우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중국 역시 수출 둔화 압력 (일부 지표는 견조함을 보이기도 함), 부동산 불안 및 내수 부진 등 국내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안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현 상황을 "지속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것은 이러한 경제적 압박을 반영합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 고위 관료들이 반복적으로 협상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신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협상이 시작된다면 4월 초 미국이 처음 제시했던 54% 관세 수준에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로 가는 길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첫째, 현재의 갈등은 단순한 관세 문제를 넘어섭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중국제조 2025'),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강요, 국영기업 보조금, 시장 접근 제한 등 구조적인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습니다. 이는 중국의 국가 주도 발전 모델의 핵심 요소들이기에 중국이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둘째, 양국 간 깊어진 전략적 불신입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적'으로 간주하며, 양국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셋째, 미국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 기조와 국내 정치적 요인도 변수입니다.

 

넷째,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강한 의지입니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를 자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시도로 받아들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미국이 추진하는 광범위한 '디커플링(탈동조화)' 전략입니다.

 

관세뿐 아니라 투자 제한, 첨단 기술 통제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끊으려는 시도는 단순한 관세 협상만으로는 근본적인 긴장 해소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현재의 관세 전쟁은 빙산의 일각일 뿐, 그 아래에는 기술 패권, 안보, 경제 시스템을 둘러싼 거대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중국의 근본적인 정책 변화이지만, 중국은 기술 자립과 전략적 자율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설령 관세율을 145%에서 낮추는 합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이는 근본적인 갈등 해결이라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 경쟁 속에서의 일시적인 조정이나 숨 고르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욱이 협상 자체가 성립되기 어려운 '협상의 역설' 상황도 존재합니다. 미국은 중국의 큰 양보를 요구하고, 중국은 자국의 주권이나 발전 모델을 훼손할 수 있는 요구는 수용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미국 측에 선결 조건을 제시합니다. 양측 모두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보가 필요한데, 이는 현재의 강대강 대치 국면과 깊은 불신 속에서 매우 어려운 과제입니다. 따라서 의미 있는 협상이 시작되기 위한 문턱 자체가 매우 높으며, 설령 시작되더라도 포괄적인 해결보다는 제한적인 이슈에 대한 부분적 합의에 그치거나 쉽게 결렬될 위험이 상존합니다.

 

 

 

3. 안갯속 항해, 향후 전망은?

현재 미중 관세 협상 가능성은 말 그대로 '안갯속'입니다. 최근 미국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은 대화의 문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음을 시사하지만 살얼음판 같은 관세 공방, 강력한 상호 보복 조치, 기술 및 안보를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 깊은 전략적 불신 등 협상을 가로막는 장애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양측이 서로의 의도를 탐색하며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강압적 외교' 양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빠른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러한 미중 갈등은 세계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습니다. 관세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성장률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도 제기됩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미중 관계의 향방을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양국의 수사(레토릭)보다는 실제적인 행동, 예를 들어 구체적인 협상 일정 발표나 실질적인 양보 조치 등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워싱턴과 베이징의 복잡한 정치적 계산과 전략적 판단에 따라 상황은 언제든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관찰과 신중한 분석이 요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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