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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어린이날, 얼통지에(儿童节)는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J&P 2025. 5. 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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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통지에

한국에서는 5월 5일이 어린이날이지만 중국의 어린이들은 조금 다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답니다. 바로 6월 1일, 중국의 어린이날로 중국에서는 이 날을 '아동절(儿童节, Értóng jié)' 또는 '국제아동절(国际儿童节, Guójì Értóng jié)'이라고 부릅니다. 단순히 날짜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배경과 의미, 축하 방식까지 흥미로운 차이가 있습니다.   

 

오늘은 즐거운 축제 이면에 숨겨진 조금은 슬픈 역사 이야기부터 학교와 가정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행사 풍경, 그리고 중국의 '소황제', '소공주'들을 위한 최신 선물 트렌드까지, 중국 어린이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슬픈 역사에서 피어난 어린이들의 축제: 아동절의 유래

오늘날 어린이날의 즐거운 분위기와는 달리 그 시작점에는 가슴 아픈 역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제 어린이날 제정의 직접적인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에 의해 자행된 비극적인 사건, 바로 리디체 학살입니다. 1942년 6월, 체코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 리디체에서 나치 고위 관리가 암살당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나치는 마을의 16세 이상 남성 전부와 갓난아기까지 포함한 수많은 주민들을 학살하고 여성과 아이들을 강제 수용소로 보냈으며 마을 전체를 불태워 파괴했습니다. 이 참혹한 사건은 전쟁 속에서 고통받는 어린이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 폐허 속에서 어린이들의 권리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1949년 11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여성연맹(WIDF) 이사회에서는 리디체 학살 희생자를 추모하고 전쟁으로 고통받거나 목숨을 잃은 전 세계 모든 어린이를 기리며 살아남은 아이들의 생존권, 보건권, 교육권 등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고 아동 학대를 막기 위해 매년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날'로 제정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특히 사회주의 국가들을 중심으로 많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사실 어린이날 제정에 대한 논의는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동 복지를 위한 세계 회의에서도 시작되었지만 6월 1일로 구체화된 것은 리디체 사건과 전후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역시 이 국제적인 움직임에 동참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전 중화민국 시기에는 상하이 중화자유협회의 제안으로 1931년부터 4월 4일을 '사사아동절(四四兒童節, Sìsì Értóngjié)'로 기념하고 있었습니다. 일부 기록에서는 이 시기 어린이날 활동이 항일 운동과 연관된 소년단 활동과 관련이 있었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후 새로운 정부는 그해 12월, 기존의 4월 4일 어린이날을 폐지하고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6월 1일을 공식 어린이날로 지정하기로 결정하였으며 이는 1950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러한 빠른 결정은 신생 공화국이 과거 중화민국 시대와의 단절을 선언하고 특히 사회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한 국제 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국내 기념일 대신 국제 기념일을 채택함으로써 새로운 국가의 정체성과 국제적 위상을 다지려 했던 것입니다. 1950년 6월 1일, 베이징 중산공원 음악당에서 열린 첫 번째 아동절 기념식에는 마오쩌둥 주석이 직접 '어린이날을 축하하며(庆祝儿童节)'라는 휘호를 써주고 주더 총사령관이 연설하는 등 국가 지도부가 대거 참여하여 미래 세대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기대를 보여주었습니다. 한편 타이완과 홍콩은 역사적인 배경의 차이로 인해 여전히 4월 4일을 어린이날로 기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 어린이날의 기원은 전쟁의 비극과 아동 권리 보호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와 연결되어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 의미는 점차 변화해왔습니다. 오늘날 중국에서 아동절은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즐거움, 성장을 축하하고 가족과 사회 전체가 아이들의 행복과 건강, 교육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날로 자리 잡았습니다. 비극적인 역사에서 출발했지만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긍정적이고 활기찬 축제로 발전한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축제 분위기와 선물 공세 속에서 이 날이 본래 가졌던 아동 권리 보호와 전쟁 희생자 추모라는 의미가 다소 희미해진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지점이기도 합니다.  

 
 
 

2. 학교 행사부터 가족 나들이까지: 중국의 어린이날 풍경

중국의 6월 1일 아동절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특별한 날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학교를 쉬기 때문이죠! 일반적으로 만 14세 이하, 즉 초등학생까지의 어린이들은 이날 하루 휴가를 받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정상 등교를 하더라도 정규 수업 대신 즐거운 특별 활동으로 하루를 채우기도 합니다.  

어린이날행사

하지만 여기서 한국의 어린이날과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중국의 아동절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고등학생이나 어른들은 대부분 평소처럼 학교에 가거나 출근을 해야 합니다. 이 점이 아동절의 풍경을 독특하게 만드는데요. 아이들은 쉬지만 부모님은 일하는 경우가 많아 조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조부모와 외조부모 네 분, 부모 두 분, 그리고 아이 한 명으로 구성되는 '4+2+1' 가족 구조가 보편적인 중국 사회의 특징을 반영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물론 많은 부모님들이 이날 자녀와 함께하기 위해 휴가를 내기도 합니다.  

 

학교는 아동절 축하의 중심 무대입니다. 이날만큼은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열립니다. 가장 흔한 것은 노래와 춤 공연(歌舞表演), 연극, 악기 연주 등 아이들의 끼를 발산하는 학예회나 발표회입니다. 신나는 운동회(运动会)나 게임 대회도 빠질 수 없죠. 때로는 다 함께 영화를 보거나 박물관, 공원 등으로 즐거운 현장 학습을 떠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교육적인 요소가 가미된 활동들도 인기가 많습니다. 쓰촨성 전통 회화인 촉회(蜀绘) 그리기나 화모(花馍)라는 장식 찐빵 만들기 같은 전통 공예 체험, 과학 실험, 안전 교육 등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면서 배움의 기회도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기획됩니다. 일부 학교에서는 혁명 가요 부르기나 애국적인 인물 학습 등 사상 교육적인 요소를 포함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고 즐기면서 스스로 축제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톈안먼 광장에서 만 명이 넘는 아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리는 등 국가적인 차원의 축하 행사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공간 문제로 학부모 초청 시 부모 중 한 명만 참여하도록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학교 밖에서도 즐거움은 이어집니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죠. 많은 가족들이 공원, 놀이공원, 동물원, 박물관 등으로 나들이를 떠납니다. 특히 이날에는 많은 공공장소나 놀이 시설이 어린이들에게 무료 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외식하거나 집에서 특별히 만들어 먹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결국 아동절의 핵심은 아이들에게 부모님의 시간과 관심을 온전히 선물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아동절을 기념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지역 사회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하고 중국중앙방송(CCTV)과 같은 주요 방송사에서는 매년 화려한 아동절 특집 갈라쇼를 방영하며 전국의 어린이들과 함께 축제를 즐깁니다. 신문, 라디오, 웹사이트 등 다양한 매체에서도 어린이 관련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이처럼 중국의 아동절 풍경은 단순히 즐거운 놀이 시간을 넘어 교육적 가치와 문화적 요소, 때로는 국가적 이념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즐거움을 존중하면서도 미래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려는 사회적 노력이 엿보이는 날입니다.

 

 

3. '소황제'를 위한 선물 트렌드: 요즘 중국 아이들은 무엇을 받을까?

중국에서 아동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선물(礼物, lǐwù)'입니다. 부모님,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 심지어 선생님까지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며 사랑과 축하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4명의 조부모 + 2명의 부모 + 1명의 자녀'로 이루어진 '4+2+1' 가족 구조 속에서 '소황제(小皇帝)', '소공주(小公主)'로 불리는 아이들에게는 온 가족의 관심과 지원이 집중되는데 이 때문에 아동절은 때로 '6·1 소비의 날'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청난 소비가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중국 아동산업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가정의 80%에서 아동 관련 지출이 가계 지출의 30~50%를 차지하며 연평균 소비액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하니 아동절 선물 시장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정 내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중국 아이들은 어떤 선물을 받을까요?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받는 선물들이 있는가 하면,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새로운 트렌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1) 꾸준히 사랑받는 스테디셀러 선물

  • 장난감: 여전히 최고의 인기 선물입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인형(娃娃),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는 레고와 같은 조립식 블록, 자동차나 비행기 모형, 전자/전동 장난감, 역할 놀이 장난감, 악기 장난감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연이나 요요 같은 전통 장난감도 좋은 선물이 됩니다.  
     
  • 문구류: 연필, 공책, 필통 등 실용적인 학용품 세트는 학교 행사 상품으로도 자주 등장하며 꾸준히 선물 목록에 오릅니다.  
     
  • 책: 특히 그림책이나 아동 문학 서적은 교육열 높은 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 간식 및 사탕: 달콤한 과자나 사탕 선물 세트는 아이들이 언제나 환영하는 선물입니다.   
     
  • 의류: 새 옷이나 신발도 좋은 선물이 됩니다.  
     
  • 홍바오: 빨간 봉투에 돈을 넣어 주는 것도 흔한 선물 방식 중 하나입니다.  
     
     

2) 최신 인기 선물 트렌드

  • 교육용 및 STEAM 완구: 부모들의 교육열을 반영하는 가장 뜨거운 트렌드입니다. 과학 실험 키트, 기술 장난감, 공학 세트, 코딩 장난감, 수학 게임 등 놀이를 통해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관련 매출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 블라인드 박스: 상자 안에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지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랜덤 상품입니다. 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나 디자이너 토이 등이 들어있어 수집 욕구를 자극하며, 특히 초등학생 고학년이나 청소년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다만,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 궈차오(国潮) 상품: '중국 트렌드'를 의미하는 궈차오 열풍은 아동용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 전통 문화 요소나 디자인을 가미한 장난감이나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 예를 들어 중국 전통 건축 방식인 '손묘(榫卯, mortise and tenon)' 구조를 활용한 조립 블록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자녀에게 민족적 자긍심과 문화적 정체성을 심어주고자 하는 부모들의 바람을 반영합니다.  
     
  • 첨단 기술 장난감: 인공지능(AI) 로봇, 장난감 드론, 스마트 토이 등 최신 기술이 접목된 장난감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부모들의 교육적 기대에도 부응하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체험형 선물: 단순히 물건을 사주는 것을 넘어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행, 특별 강좌 수강, 캠프 참가, 클라이밍 체험 등 아이에게 즐거운 추억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무형의 선물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선물 트렌드를 살펴보면 단순히 아이를 기쁘게 하는 것을 넘어 부모 세대의 가치관과 사회적 변화가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중국 사회에서 부모들은 선물을 통해 자녀의 미래 경쟁력을 키워주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냅니다. STEAM 완구나 코딩 장난감의 인기는 이러한 열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또한 궈차오 상품의 부상은 자녀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려는 부모들의 노력을 반영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아동절이 더 이상 어린이들만의 축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어른이(Kidult)' 또는 '동심을 간직한 어른(童心未泯)' 이라 불리는 젊은 세대들도 이날을 즐깁니다. 그들은 스스로에게 또는 친구들에게 추억의 간식이나 복고풍 게임기, 학창 시절 교복 스타일의 옷 등을 선물하며 어린 시절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려 합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고 경쟁이 치열한 현대 중국 사회 속에서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현상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아동절 선물 문화는 '4+2+1'이라는 독특한 가족 구조가 만들어내는 집중적인 소비력과 교육 및 문화적 가치를 중시하는 부모 세대의 열망, 그리고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속에서 동심을 갈망하는 어른들의 심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날은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을 받는 날이자, 관련 산업에는 놓칠 수 없는 대목인 셈입니다.  

 
 
 

4) 미래를 위한 축제, 변화하는 중국을 담다

체코슬로바키아 리디체 마을의 비극에서 시작되어 어린이의 권리 보호를 외쳤던 국제적인 약속에서 출발하여 1950년부터 중국의 공식 어린이날로 자리 잡기까지, 아동절은 많은 변화를 거쳐왔습니다.  

 

오늘날 아동절은 학교에서의 즐거운 행사와 공연, 가족과 함께하는 나들이와 맛있는 음식, 그리고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는 선물들로 가득한 활기찬 축제가 되었습니다. 특히 '4+2+1' 가족 구조 속에서 집중적인 사랑과 기대를 받는 아이들을 위한 선물 트렌드는 교육열과 최신 유행, 그리고 어른들의 향수까지 반영하며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축제와 소비 이면에는 여전히 이 날이 지닌 본래의 의미, 즉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라며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아동절은 단순히 선물을 주고받는 날을 넘어 사회 전체가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의 행복과 안녕,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고 축복하는 중요한 계기가 됩니다.  

 

중국의 아동절은 마치 변화하는 중국 사회의 축소판과 같습니다. 초기 국가 주도의 집단적인 기념 행사에서 점차 가족 중심의 개별적인 축하와 거대한 소비 문화로 변화하는 모습은 지난 수십 년간 중국이 겪어온 정치, 경제, 사회적 변화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날짜는 다르지만 어린이를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밝은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은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세상 모든 어린이들이 매일매일 행복하게 웃으며 자라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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